레즈비언 커플이 되었어요

우리는 본래 잘 돌아다닌다.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카페를 가며, 쇼핑하는 코스는 이성 커플들의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루트와 전혀 다르지 않다. 종종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거나 마주 앉아 대화를 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친구 범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애틋한 손 깍지나 어깨동무, 허리 안기와 같이 노골적인 스킨십이 동반되지 않은 레즈비언 커플은 그저 ‘친구’로 보인다. 긴 머리의 여자 두 명 역시 커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정관념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다. 커플들이 눈꼴시게 군다며 흘기는 시선도 없다. 밀실에 단 둘이 들어가는 등 뒤로 누군가 은밀한 상상을 펼치는 실례도 없다. 단 둘이 자취 방에 있다가 부모님이 들이닥쳐도, 낮부터 알몸으로 쪽쪽대지 않은 이상 당황할 이유도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부모님이 외박에 대해 걱정할 이유도 전혀 없다.

사람 모두 즐거운 쇼핑을 함께 하고, 미용실을 함께 가서 서로의 헤어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네일샵에 함께 하고, 피부 트러블을 공감하며, 생리통을 진정으로 교감 해주는 사이. 잠자리에서도 강요와 오해보다는 배려가 먼저일 수 있는 사이.

우리에게는 이성 커플에게 없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움과 교감이 있다. 비록 아직은 세상에 내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외칠 수 없지만, 우리도 충분히 사랑을 함께 할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